The Foreign Press Noona Is Obsessed with Me

Chapter 33



때는 시험이 치뤄지기 직전의 아침.

루이스는 이름 모를 후원자(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가 했던 말대로 그와 만났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평범하디 평범한 아침하늘이 반겨주었다.

“…이게 잘 하는 짓인가 모르겠네…”

평소와 같은 맑은 하늘에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었을까. 그런 의심이 들려던 찰나.

“…어?”

어느새 파랗던 아침하늘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이어서 들려오는 목소리.

“좋은 아침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진짜였구나.”

“음? 그럼 꿈인 줄 아셨나요?”

능글맞은 목소리에 루이스의 미간이 좁혀진다.

“서론은 됐어. 내가 뭘 하면 되지?”

“역시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좀 있군요. 좋습니다. 저도 바쁜 몸이니 빨리 끝내도록 하죠.”

어둠 속에서 창백한 손이 나타났다.

그 손에는 불길한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받으세요.”

“…이게 뭐지?”

“단검입니다.”

루이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저게 단검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손이 건네는 물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질로 만든 덩어리였다. 어딜 봐도 날카로운 날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믿지 않으시는 군요. 하지만 이건 정말 단검입니다. 베어내는 주체가 물질이 아닐 뿐이죠.”

“그럼 뭘 베는데.”

그 순간 루이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루이스는 본능적으로 그의 도우미가 씨익 웃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간.”

—-

후원자의 지시에 따라 균열 속에서 단검을 내지른 루이스는 정말로 공간이 찢어지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라면 그 망할 트롤도…!’

소용돌이에 휩쓸려 숲에 떨어졌을 때도 루이스는 놀라지 않았다.

모두 그의 후원자가 알려준 대로였다.

주변을 살피고 있자니 허공에서 말과 새를 섞은 듯한 기괴하게 생긴 새가 날아들었고, 그를 태워 하늘로 날아갔다.

수분의 이동이 끝나고 루이스는 석산에 지어진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도시 정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왕궁으로 향한 새는 왕궁 입구에 루이스를 내려놓았다.

왕궁으로 한참을 들어가자 일종의 알현실이 나왔다.

문이 없는 거대한 알현실 중앙에는 괴상한 복장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진한 눈화장을 하고는 가짜 턱수염을 달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를 감싸는 옷은 화려하게 빛났으며, 교차한 양손에는 각각 갈고리와 도리깨를 들고 있었다.

루이스는 그 창백한 피부를 알아보았다.

“네가 그 자인가?”

“그래. 내가 너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말투가 바뀌었군.”

“이곳은 내 왕국이니까. 왕은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법이지.”

루이스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뭐, 좋아. 이 다음에는 뭘 해야 하지?”

“일단 쉬는 게 어떠냐. 먼 길 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 트롤에게 복수하기 전까지는 쉴 수 없어.”

그러자 남자는 의뭉스런 미소를 지었다.

“걱정마.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니까. 지금의 기다림이 네 복수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줄 거야.”

루이스는 불만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남자의 손짓에 따라 알현실로 들어오는 것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냄새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산해진미, 화려한 유리병에 담긴 달큰한 술, 그리고 그 모든 음식을 가져오는 아름다운 미녀들.

“…네 말이 맞아. 때로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루이스는 홀린 듯이 음식과 여자를 향해 다가갔고 그런 루이스를 남자는 차가운 눈으로 쫓았다.

—-

하루 동안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싼(?) 루이스는 남자의 부름에 알현실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지?”

“오늘. 네 복수를 실현할 때가 다가왔다.”

남자의 계획을 들은 루이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나는 그 트롤에게만 복수를 하고 싶은 거지. 다른 얘들한테는 딱히 악감정이 없는-”

“지금 무슨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순식간에 루이스의 앞으로 다가온 남자는 그를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 보았다.

“네 수치스런 장면을 본 사람들은 누구지? 그리고 그걸 보고 웃어댄 사람들은 누구지? 지금 아무것도 모르고 숲에서 꿈틀거리는 인간들이다! 그런 녀석들을 가만히 두겠다고? 진심인가?”

자신을 압박해오는 남자의 기세에 눌린 루이스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그 놈들도 용서하지 못할 놈들이지.”

그런 루이스를 한심하게 내려다 본 남자는 몸을 휙 돌렸다.

“뭐, 네가 복수를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만약 결심을 내린다면….”

남자는 고개만 돌려 루이스에게 미소를 보냈다.

“어제 하루동안 네가 누렸던 모든 것들이 네게 주어질 것이다.”

“!!!!!”

천국과도 같았던 어제의 하루가 떠오른 루이스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좋아…아주 좋아…”

남자는 루이스에게 재차 다가와 손을 내밀라고 말했다.

루이스가 오른팔을 내밀자 그 손목을 낚아챈 남자는 자신의 엄지를 루이스의 손등에 짓눌렀다.

그러자 고약한 냄새와 함께 살점이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끄아아아악!!”

“조금만 더…….됐다.”

남자가 손을 놔주자 다리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은 루이스는 헐떡이며 자신의 손등을 확인했다. 손등에는 검붉은 색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내 수하들을 이끌 수 있는 인장이다. 계획은 알고 있겠지?”

“성공한다면 정말로…..”

“그래. 약속하지.”

루이스는 어제의 행복을 기억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등을 들어올린 루이스는 우렁차게 외쳤다.

“오라, 샨타크들이여!”

그러자 사방에서 끔찍한 울음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끼에에에에에에엑!!!!!!”

동시에 남자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뭉게뭉게 흘러나와 사방을 어둠으로 덮기 시작했다.

루이스가 타고 날아왔던 새들이 수십마리가 하늘로 치솟았고, 가장 덩치가 큰 한마리가 루이스를 업었다.

“가자! 마법의 숲으로!”

“끼에에엑!!”

—-

“루이스?!”

-아서! 저 방향은 캠프가 있는 숲이야!

“젠장… 릴림!”

릴리스의 텔레포트로 곧장 숲으로 향하려던 그때.

왕궁에서 흘러나온 검은 안개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검은 안개는 우리를 파도처럼 휩쓸었지만 제 때 나타난 릴리스의 보호막이 안개를 막아내었다.

-이런, 저 빌어먹을 안개 때문에 텔레포트가 안 돼!



“뭐라고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안개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마치 웃음소리 같았다.

고양이 모습인 릴리스가 안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우리를 놔줘!”

릴리스의 외침에도 안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떡해요 릴림?”

그 괴조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상당히 위험하게 생겼다. 그런 새가 백마리 가량 캠프를 향해 날아갔다는데, 고작 안개에 발이 묶인 이 상황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더 많은 생명력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생명력?

“그럼 제 걸 드세요.”

-안 돼.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면…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지금 학생들이 전부 죽어나가게 생겼는데 가만히 두고 보라고요?!”

-하지만…



“릴리스 제발!”

내 호소에 눈을 불안하게 떨던 릴리스는 내 품에서 뛰어내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네 생명에 지장이 생기려 한다면 나는 당장에 그만 둘-”

“알았으니까 빨리요!”

나는 곧장 릴리스에게 입을 맞췄다. 곧이어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어?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려던 것을 간신히 버텨내었다.

‘빨라…!’

확실히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온기가 빠져나가 서늘한 감각이 가슴을 매웠고 다리가 후들거리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물러나긴 커녕 오히려 릴리스의 뒷목에 팔을 걸며 더욱 달라붙었다.

내가 더이상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할 때쯤.

릴리스가 입을 때었다.

그러곤 나를 품에 꼭 안아주었고 나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주변 소리가 달라진 것으로 우리가 이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아 아서?”

릴리스가 걱정을 잔뜩 담은 표정으로 물어봤지만, 나는 애써 웃으며 답했다.

“걱정마세요. 오랜만에 키스라 오히려 좋았는데요, 뭘.”

너스래를 떤 다음에는 곧장 주변을 살폈다.

보아하니 숲의 초입이었다.

“릴리스.”

“응, 알겠어.”

도로 고양이로 돌아온 릴리스를 품에 안자 다시금 풍경이 바뀌었다.

캠프의 입구에 나타난 나는 주변을 배회하는 구울에게 향했다.

-내 말을 구울에게 그대로 전달해 아서.



“이봐!”

“…ㅁ..ㅜㅓ…..지…인…가…ㄴ?”

“지금 당장 나이트건트를 불러줘.”

그러자 옆으로 나이든 구울이 걸어왔다.

“무…슨 일이…지?”

“샨타크들이 오고 있어. 그것도 백마리나!”

“샨타…크?!…그…게 정말….인가..?”

“그래. 정말이야. 나이트건트들을 부르는데 얼마나 걸리지?”

“나이트…건…트….바쁘다…빨라…도 이십..분….”

-릴리스. 샨타크들은 얼마나 빠르죠?

-그 속도라면 이제 6분정도면 도착이야.

나이트건트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는다.

“일단 나이트건트를 불러! 우리가 버텨볼 테니까!”

“알…겠다..”

캠프로 뛰어들어간 나는 루크를 찾았다.

“루크! 루크 어딨어!”

그러자 한 임시천막에서 루크가 걸어나왔다.

“아서? 어디갔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적들이 오고 있어!”

루크의 눈빛이 붉게 타올랐다.

“적! 어디있지?”

나는 검지를 하늘로 향해보였고 루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늘?! 하늘에서 온단 말인가!”

“그래.”

“수는?”

“백마리 정도.”

“얼마나 강하지?”

그러자 릴리스가 괴조, 샨타크들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었고 나는 그걸 그대로 루크에게 전달했다.

“몸은 돌처럼 단단하고 크기는 석상만해. 육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머리도 좋아서 하급마법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

“…그런게 백마리나 온다고? 총장님도 너무하시는 군. 우리를 합격시킬 생각이 없으신 모양이야!”

루크의 외침을 듣고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슨 일이야?”

일리나 프로스트가 물어오자 루크는 내가 했던 말을 전달해주었다.

“…백마리는 확실히 많네.”

그 뛰어난 수석이 저런 말을 하니까 학생들의 기가 죽는 것 같았지만.

“딱 10분만 버티면 돼. 지원군이 올거야.”

“지원군?”

“응. 그 괴물들의 천적을 불렀어. 그들이 오기만 하면 우리가 이겨.”

학생들은 내 말에 저들끼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10분 정도면 할만 하겠는데?”

“그러게. 생각보다 쉬울 수도?”

“우리가 전부 싸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야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던 그때.

“잠깐! 그 새들이 왜 오는 거지? 어제만 해도 얌전하다가 갑자기 백여마리나 때로 몰려온다고?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아?”

첫째날에 루크가 구해낸 귀족 학생이었다. 그가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쟤가 놈들을 끌고 온 거 아냐?”

뭐요?

“내가 그럴 이유가 어디 있어?”

“이유야 많지. 경쟁자를 떨어뜨리겠다는 심보일 수도 있잖아?”

아니 이게 무슨…

학생들의 술렁임에 루크가 나를 변호하고자 나섰다.

“이 캠프를 처음 만들자고 제안한 사람이 바로 아서다. 경쟁자를 떨어뜨리겠다고 하면 뭣하러 우리를 뭉치게 만들겠어? 각개격파 하는 게 더 쉬울 텐데.”

오오…루크가 저런 똑똑한 말을 하다니. 감동과 감탄이 동시에 느껴졌다.

“혹시 모르지. 지금 오는 괴물들이 말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할수도. 우리를 한꺼번에 처치하려는 게 목적 아니야? 알고 보니 수백마리가 오고 있다거나?”

나는 이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릴리스의 말대로라면 지금 공격해오는 신은 매우 강력한 외신이다. 그런 존재가 굳이 하루를 기다리고 지금와서 우리를 공격할 이유라면 정말로…..

“끼에에에에에에엑!!!!!!”

소름끼치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날개가 펄럭거리는 소리도 이어서 들렸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샨타크의 수는…

“이런 망할.”

“끼에에에에에에엑!!!!!!”

수백 마리의 샨타크들이 하늘 너머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미친! 개많잖아?!”

“못해도 이, 삼백 마리는 되는 것 같은데?”

“뭐야, 정말 우리를 떨어뜨릴려고…?”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퍼져나간다.

외통수였다.

숲으로 오는 동안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 외신은 우리가 뭉쳐있어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기다려준 것이었다. 확실한 힘이 있다면 몰이사냥이 편할 테니까.

거기에 뭉쳐있다는 게 오히려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지금 같은 내부분열이 대표적이다.

‘당했다…. 이러면 릴리스의 힘을 써야 하나?’

하지만 그렇다면 릴리스의 정체가 만천하에 들어날 것이다.

학생들의 안전과 릴리스의 정체 사이에서 갈등을 하던 그때.

쿠웅!

“모두 집!!! 주웅!!!!!!”



발을 강하게 구른 루크가 외쳤다.

“적은 눈앞까지 와 있다! 지금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먼저 적을 섬멸한 후, 이야기를 다시 해보는 게 어떤가!”

거기에 일리나가 첨언한다.

“한심하게 서 있다가 탈락해서 징징거리지나 마.”

학년을 대표하는 둘의 말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일단 싹다 밀어버리자고!”

“지원마법 준비됐어!”

“속성 안 맞는 사람들은 서로 떨어져! 상쇄되면 안 돼!”

그래도 역시 아카데미 학생들이었다. 빠르게 전투준비를 마친 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각자의 마법을 캐스팅했다.

첫 스타트는 역시.

“우오오오오오오!!!”

루크의 화염마법이 하늘의 샨타크들에게 작렬했다.

이를 신호로 샨타크들 또한 우리를 향해 마법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마법의 빛이 어두웠던 숲을 환하게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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