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7



1.

생텀타워가 정지함에 따라 키보토스의 인프라 전반은 지대한 타격을 입었다.

아니, 큰 타격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생텀타워에 인프라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던 만큼 표현 그대로 도시가 마비되어 버릴 정도가 되었으니까.

도시의 기반이나 다름없는 철도, 발전소, 통신 시설과 같은 구조물과 병원과 상수·하수 처리 시설까지.

밀레니엄, 게헨나, 트리니티.

위와 같은 대규모 학원처럼 내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오직 생텀타워에 대부분의 인프라를 의존하고 있던 대부분의 학원은 그야말로 일상 생활이 힘겨워질 정도로 초토화되었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방에서 들끓듯이 일어나는 소요 사태와 재난들까지.

그야말로 도시는 개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실질적인 도시 마비가 시작된지 이제 열흘 가량이 흐른 시점, 많은 이들이 도시의 복원에 힘을 쏟아부었지만 그 효력을 실제 발휘하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이거라도 못고치면 우린 모두 죽는거나 다름없어!”

“제발! 제발 고쳐져라……!”

자신들의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우려한 보도국과 크로노스 스쿨에서 기적적으로 유선 연결망만이라도 되살려내어 도시 각지로 재빠르게 뉴스 소식이라도 보낼 수 있게 된 점.

하염없이 오지에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생텀타워가 복구되길 기다려야만 했던 소규모 학원에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전화나 문자와 같은 무선통신망을 사용하는 통신 기능은 사용할 수 없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의 위안이었으리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은 보았다.

매일같이 생텀타워의 복구 소식이 TV에 나오길 기대하며 뉴스를 틀었던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가면을 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카이저 PMC의 병사들을 전부 쓰러뜨렸습니다!]

중앙 자치구에서 발생한 카이저 PMC의 무력 진압을.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징벌하는 한 영웅의 모습을.

“……가면은 조금. 다른 이름 없으려나.”

“화이트데이! 어때? 이쁘지 않아?”

“난 조금 웃기게 ‘백수’도 괜찮을거 같은데.”

“아니 뭔 백수야. 그냥 하얀머리니까 ‘시로’ 하자.”

해당 뉴스의 파급력은 예상 외로 컸다.

어느덧 도시의 미래를 걱정하던 학생들과 시민들의 입에서는 우려와 불안이 아닌, 기대와 흥미로 가득찬 ‘영웅’에 대한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살아가는 존재는 그 누구라도 희망을 바라는 법이니.

하루하루 불행하고 전망이 어둡기만 한 소식이 흘러나오던 뉴스에서 드디어 희망찬 이야기 흘러나온 것이다. 이 사실이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았다.

이것이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화면 속 영웅은 힘겨운 처지의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희망이라는 두 단어를 새겨넣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2.

“여긴 평소랑 크게 다를바가 없네.”

내가 밀레니엄을 바라보며 내뱉은 감상이었다.

모든 학원을 통틀어 가장 고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학원인 만큼 필연적으로 생텀타워의 통제로 구동하는 몇몇 인프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설비를 점진적으로 복구해낸 밀레니엄이었다.

여전히 다른 지역으로의 통신이나, 이동수단은 가동되지 않았지만 밀레니엄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통신, 철도, 하수시설은 어느새 복구가 되어 있었다.

“우리가 고생 좀 했지…….”

“응…….”

내 짧디막한 감상에 같은 공간에서 다과를 즐기던 우타하와 히비키의 지친 목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그녀들은 인프라가 마비되며 그 복구과정을 함께 한 사람답게 온 몸으로 지쳐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심지어 히비키는 잠도 제대로 못잤는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이래선 본 주제는 꺼내지도 못하겠는데.’

다음 장비에 관한 이야기. 그것은 다음에 꺼내야할 듯 싶었다. 아무래도 지금은 시기가 별로인 듯 하니.

“히비키. 졸지 말고 이거나 먹어요.”

“우응…….”

나는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하는 히비키의 입가에 과자를 하나하나 집어넣으며 쓴웃음을 흘렸다.

순순히 내 손길을 받아들이며 입을 아- 하고 벌리는 히비키. 등 뒤로 살랑이는 꼬리를 보아 아마 잠결에 저러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이 시간에 찾아온 것이 민폐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밝아보였던 애들이 이렇게까지 초췌해보일 수가 있다니.

그냥 돌아가야되나……?

“제가 와서 방해였던거 같은데 다음에 상담하시고 이만 들어가서 쉬시는게-”

“안 돼-!!”

허나, 내가 돌아가겠다 선언하자마자 감겨있던 눈을 팍- 하고 뜬 히비키가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큰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와 지쳐서 반응할 힘도 없는지 아예 옆으로 쓰러지려는 우타하.

“왜, 왜 그래?”

“도, 돌아가면 안돼. 너 가면 우리 또 일해야 돼.”

“아.”

이게 휴식이셨어? 난 그건 몰랐지.

그렇다면 얌전히 이곳에서 상담을 빙자한 휴식이나 더 즐기기로 했다.

내가 작게 웃으며 다시금 과자를 입에 넣으니 그제야 안심했는지 히비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된거 다른 이야기나 해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저 고민이 있는데.”

“…고민? 그, 이름에 관한거 말하는건가?”

“히어로 네임이요? 아. 으음, 그것도 고민이긴 한데 조금 더 중요한 고민이요.”

“……지금 너한테 그것보다 중요한게 있어? 일단은 물어보겠지만, 뭔데?”

“저 동아리 어디 들어가죠.”

“…….”

“…….”

내 물음에 우타하는 물론이고, 히어로 주제가 나오자 감기던 눈을 다시금 뜬 히비키마저 침묵하며 나를 가자미 눈으로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니, 저 학생이에요. 이게 더 중요하지.”

“……인터넷 안봤니?”

“봤죠.”

“근데 왜 그렇게 태평한거야.”

으음. 딱히 태평한건 아니긴 한데.

우타하가 무슨 얘기를 하고싶어 하는지는 알겠다.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자체 내부망으로 활성화시킨 공식 커뮤니티.

그곳에서는 지금 내 히어로명에 관한 논쟁으로 한창 불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러한 논쟁은 크로노스 보도국에도 옮겨가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충 요약하면 이러했다.

아니, 이름이 ‘가면’ 아니었냐.

뭔 가면이냐. 그딴 이름을 왜 쓰냐.

이 이름은 어떠냐. 가면보단 나은거 같은데.

본인이 직접 정한 것도 아닌데 왜 니들끼리 싸우냐.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안되냐, 등등.

그 중에서 좋은 의견들도 나왔고, 이건 좀 별로다, 싶은 의견들도 다수 나왔었다.

“흠. 난 실크가 괜찮아 보이던데.”

“…….”

“나는 하얀 사신. 멋있고, 어울리잖아.”

“아니, 제 동아리는요.”

저번에 의뢰 직후, 꾸준히 만남을 가지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덕일까, 이렇게 실없는 잡담까지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친분이 쌓인 상태였다.

정확히는, 처음 의뢰했을땐 괴짜 의뢰인과 제작자의 관계였는데 뉴스 소식을 접하고 두 사람이 나라는 존재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그 덕에 이제는 친구라고 할만한 관계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동아리에 관해 물어볼려고 한건데…, 왜 계속해서 저런 주제로 빠지려는지 모르겠다.

물론 관심을 가져주는건 고마운 일이다만.

난 한시라도 빠르게 ‘무소속’이라는 학생증의 공란을 채워넣고 싶거든.

‘이름도 중요하지만, 동아리는 앞으로 활동 계획을 세울 때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니까.’

나는 키보토스에서 오직 히어로의 신분으로만 활동할 생각이 없었다. 동아리의 여부에 따라 ‘일반인’인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범주가 결정되겠지.

편의점만으론 현저히 부족한 자금 루트도 새로 개척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내가 고민하는 기색을 내비치자 그것을 지켜보던 히비키가 돌연 졸린 눈으로 툭 내뱉었다.

“그냥… 우리 동아리로 와. 편하잖아.”

“……엔지니어가 어떻게 편해요. 나 기술 하나도 몰라. 가서 방해만 될거 같은데.”

“하하…. 우리 동아리가 편하지는 않지. 어렵기도 하고.”

“거봐.”

“…….”

지금 두 사람이 죽어가는걸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 편하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니…….

“그래도… 오면 안돼?”

“……왜요?”

“나랑 같이 만들자, 네 장비… 같은거.”

음.

뭔가, 전부터 생각한건데 말이다.

히비키가 의외로 영웅이나 낭만, 이런 쪽을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는거 같았다. 당장 뉴스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장 빠르게 연락한 것도 그녀였고.

근데 저 관심이 과연 동경인지, 다른 무언가인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으음. 생각은 해볼게요. 너무 기대하진 말고.”

“응…. 알았어.”

그 뒤로 나는 두 사람과 긴 시간동안 여러 가지 잡담을 나누다 헤어졌다.

3.

그 뒤로 나는 저녁까지 편의점 알바를 마치고 밥을 먹기 위해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점주 아주머니께 편의점 폐기를 받은 덕에 그것을 해치우기 위함이었다.

“……허.”

하지만 공원에는 이미 선객이 와있었다.

평소라면 단순히 산책을 하는 학생이 있구나, 하며 넘어갔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어머.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곳에 있던 소녀는,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을 꺼내왔으니까.

나는 겉으로 티내지않고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누구십니까?”

“흠…? 이미 알아차리신 눈치로 연기를 하시다니, 꽤 즐거우신 분이네요? 후훗, 좋아요. 그런걸 원하신다면야…. 흠흠! 다시금 소개하도록 하죠.”

“…….”

하.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래. 솔직히 내 정체를 모든 사람에게 감출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이 정말로 많으며, 특히나 밀레니엄에서는 천재라는 명칭에 걸맞은 사람이 많다.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그리고 그 중에서 대표되는 인물은 바로 저 아이겠지. 밀레니엄에서도 전지(全知)라는 거창하기 그지없는 이명을 부여한 ‘진짜’ 천재.

“저는 베리타스의 부장 겸, 초현상특무부의 부장…. 밀레니엄 최고의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인-”

“아케보시 히마리.”

“어머나. 후훗, 역시나 다 알고 계셨네요? 밀레니엄의 숨겨진 영웅, 실크 씨?”

“……….”

“당신의 이름, 이것 아니었나요?”

사실 알고 있다.

히마리에 관한 것을 말하는게 아니라, 세간에서 내가 어떻게 불리우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미 커뮤니티나 TV에서는 이미 내가 ‘실크’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는 것. 몇몇 사람이 새로운 의견을 내기 시작하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 나에 대한 게시글이 몇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

우타하와 히비키가 의견을 낸 것 또한 어느 이름을 더 선호하는지 내 의중을 살피려한 것임을.

‘어떻게 모르겠어. 다 일부러 무시한거지.’

하지만, 그들이 알지못하는 한 가지 사실.

‘난 자신의 히어로명을 내가 직접 정할 생각이 없어.’

그렇기에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는, 자신이 지은 이름이 아닌 세상이 기억하는 이름으로 남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더 낭만있고, 히어로다운 것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히마리가 내게 저런 말을 꺼내는 것은, 단순히 세간의 호칭을 부르는 것이 아닌, 이러한 내 의중을 파악하고 왔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리라.

왜? 히마리니까.

“그 모든걸 알고 나한테 다가왔다, 라.”

그렇기에,

현 시점에서 나는 그딴 것들보다 히마리가 나를 왜, 그리고 어떻게 찾아온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그녀가 전지(全知)라는 이명에 걸맞은 천재라서?

아니. 그리 단순할 리가.

나는 밀레니엄 뿐만이 아닌, 활동 구역 전반의 CCTV 위치를 대략적으로 외웠고 활동할 때에는 언제나 그 사실을 고려했다.

더 나아가 ‘일반인’인 나와 ‘히어로’인 나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알리바이도 만들었다. 히어로 활동 시간과 시차를 두거나 하는 등으로 말이다.

심지어 히어로일 때는 평소와 목소리도 다르게 내고 다녔을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이걸로도 부족했다는 말인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이없다기보단 허탈했다.

완전히 감출 수 있으리라곤 생각 안했다.

모브나 빌런만 아니라면, 이 세계의 주역인 학생들 몇몇에게는 정체를 밝히고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엔지니어부에게 정체를 밝혔지.’

블루아카이브에서 등장한 플레이어블 학생.

그들은 일종의 보증수표다. 내가 진실을 드러내더라도 기꺼이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신뢰 가능한 존재.

…물론 그렇지 못한 존재도 있었지만.

눈앞의 소녀는 100% 확실히 믿을만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겉으로는 경계의 기색을 풀지 못했다. 히마리가 정확히 나를 찾아온 이유를 알지 못했기에.

“내 정체는 어떻게 알아낸거지?”

“…생각한 것보다 꽤나 사나운 인상이셨네요? 저만큼의 희대의 미소녀는 아니지만, 꽤나 미모가 수려하시네요. 눈동자가 푸른색인 것도 제 마음에 들어요.”

“대답하지 않을 생각인가?”

“후후, 지금은 그저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고만 설명하도록 하죠. 그것보단 제가 왜 찾아온건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무려 전지(全知)의 이명을 부여받은 저, 아케보시 히마리가 당신을 찾아온 건데요?”

“후, 그래. 나도 딱히 상관은 없으니까, 다만…….”

“다만?”

“적어도 대화는 ‘다같이’ 나누고 싶은데.”

“……역시, 대단하시네요.”

아까부터 희미하게 잡히던 감각.

처음에는 단순히 눈앞의 소녀와 비슷하게 산책을 하는 학생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 나무 뒤의 기척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처음부터 거기에 있는게 목적이라는 것.

“에이미. 나와도 좋아요.”

“알았어, 부장.”

이즈미모토 에이미.

아케보시 히마리와 함께 단 둘뿐인 초현상특무부에 속해있는 밀레니엄의 학생이었다.

“안녕.”

“…….”

나무 뒤에서 튀어나온 에이미의 복장은, 역시나 에이미답게 참 과감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적응이 안되네, 저건.’

화면 너머에서 보았을 순간에도 당황스러웠는데 현실로 직접 보니 그 파급력이 더 강했다.

당황스러운 시선을 에이미에게 보내고 있는걸 히마리가 알아챘는지 그녀는 작게 싱긋 웃어보였다.

“자, 대화를 나누기 앞서서 우선적으로 저희의 용건을 확실히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말해봐.”

굳이 나를 찾아오면서까지 꺼낼 용건이라.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는 속으로 긴장을 머금으며 히마리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들려온 말은,

“저희 초현상특무부에 가입하시지 않겠어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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