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
1.
이쯤에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어째서 게헨나는 무법지대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왜 다른 학원에 비해서 게헨나만이 혼란스럽고, 더욱 혼잡하며, 범죄가 수없이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치안과 질서를 유지할 선도부가 일을 못해서?
정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만마전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그것도 아니면 게헨나의 학생들 대부분이 악마라서?
내 나름의 고찰을 풀어보자면, 게헨나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이유는 바로 게헨나가 표방하는 특징 하나 때문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自由). 바로 이 특징 때문에.
게헨나는 자유롭다.
트리니티처럼 율법과 복음을 중시하지 않고,
밀레니엄처럼 실적주의적인 면모도 없다.
그저 한없이 자유롭고, 제한이 없으며, 동등하다.
이것이야말로 게헨나가 표방하는 대원칙이자, 학원 전체의 보편적인 가치관이었다.
허나 그렇기에.
자유가 있기에 게헨나는 무질서하다.
평화가 아닌 혼란만이 남아있다. 자유가 있기에.
게헨나에게 있어 교칙과 질서란 자신들을 억압하고 제한하는 불필요한 것이며, 동시에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것에 불과하다.
당장 일반 학생들부터 시작해 수뇌부라 할 수 있는 만마전의 마코토까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다.
학생의 본분을 잊고 교외로 이탈하며,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하는 이들과는 다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총을 빼든다. 이것이 그들의 상식이다.
그렇기에 게헨나는 겉으로 율법을 중시하면서 속으로는 다른 속내를 품는 트리니티 학생을 바라보며 간교하고 음흉하다고 표현한다.
그렇기에 게헨나는 항상 실적을 쫓아다니며 발전과 번영을 목표로 하는 밀레니엄을 보며 복잡하면서 삶을 머리 아프게 사는 놈들이라고 칭한다.
그들에게 삶이란 자유이며, 동시에 혼돈이다.
또한 이와 같은 자유가 있기에, 게헨나는 비로소 키보토스에서 가장 무법적이고, 혼란스러운 장소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루나가 제멋대로 가게를 폭파시키듯.
온천개발부가 제멋대로 아무 땅이나 파내듯.
그리고 만마전이 제멋대로 게헨나를 다루듯이.
이는 그들의 특성이며, 동시에 가치관이었기에.
“하지만 지금의 게헨나는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나 다름이 없지.”
자유는 옳다. 허나, 질서가 없는 자유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라고 표현할 수 없다.
자유라는 이름 하에 행해진 행동. 그에 대한 책임조차 지지않는 것은 자유가 아닌, 방임이다.
그러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주저없이 엑셀만 밟고 다니는 게헨나 학생들과 범죄자들에게 브레이크를 밟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공포라는 이름의 브레이크를.
“밤이 길어지겠어.”
게헨나의 늦은 밤,
음지에 서식하는 그림자들이 천천히 기상할 시간.
나는 가면을 썼고, 새로운 나를 창조했다.
“오늘 밤, 사냥을 나선다.”
내가 게헨나에서 표방할 히어로의 상(想)은─.
다크히어로. 바로 그것이었다.
2.
쨍그랑-!
유리창이 박살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내부의 방범벨이 소란스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발사된 총알이 방범벨의 소란을 잠재우며 그들의 작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진입!”
“가서 싹 털어!”
다섯으로 구성된 헬멧단이 급습한 장소는 다름 아닌 도심에 위치한 어느 골동품점. 매번 비싼 금액으로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는 사장이 운영한다는 소문이 있는 유명한 가게였다.
다섯으로 이루어진 헬멧단의 발걸음은 신속했다.
그들은 가게 내부에서 값싸보이는 물건을 빠르게 패스하고 곧바로 내부 창고까지 나아가며 챙겨온 가방에 물건을 싹 쓸어담기 시작했다.
방범벨을 사전에 차단한 덕인지 몇분이 흘러도 헬멧단을 막으러 오지 않는 사장에 그들은 일제히 입가에 미소를 매달며 신나게 골동품들을 쓸어담았다.
“캬하하! 우리는 이제 부자다!”
“이것들 블랙마켓에 경매로 올리면 얼마나 나올까?”
“적어도 몇백, 최대는 몇천만 크레딧은 나오겠지!”
“끼얏호우~!”
신나는 미래를 상상하며 물건들을 담던 헬멧단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중간 정산을 위해 한명의 부름에 한 자리로 모였다.
그리고 시작된 중간 정산.
“각자 가방 한개씩 가져온거였나? 숫자가 이상한데.”
“뭔 소리야. 각자 두 개씩 매고왔잖아.”
“엥? 아니야. 그럼 숫자가 안맞아.”
“뭐라는거야, 숫자도 못세냐? 내가 다시 세볼게.”
가방의 개수를 세던 헬멧단 한명이 의문을 표하자 또 다른 헬멧단 한명이 기억을 더듬으며 부정했다.
그리곤 자신이 직접 가방의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어가던 헬멧단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더니 이내 고개를 확 치켜들며 함께 온 헬멧단들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씨발, 기습이─!”
촤악-!
헬멧단은 자신의 곁에 있는 동료가 ‘둘’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소리를 치려고 했으나, 어디선가 날아온 새하얀 실이 헬멧단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어딘가로 끌려가버린 헬멧단.
“…….”
그리고 침묵.
순식간에 동료 한명을 잃어버린 나머지 두 헬멧단은 서로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이, 이게 무슨…….”
“방금, 왜, 어째서 세명이 없…….”
알 수 없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째서 자신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저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문장이 되지 못한 의문들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두려움에 전신이 떨려오며 온 몸이 무너져내릴 듯한 공포가 그들의 전신을 조여왔다.
미지의 공포.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한 두려움이 그들을 덮쳤다.
두렵다. 도망치고 싶다. 살고 싶다.
그 어떤 소리도 내뱉지 못하고 동료가 사라지는 광경을 눈앞에서 마주한 헬멧단들은 그저 건물 바깥의 어둠을 바라보며 공포를 집어삼킬 뿐이었다.
“…….”
“…….”
그 어떤 말도,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새벽의 도심.
두 헬멧단은 그 광경이 마치 자신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아가리를 벌린 괴물의 모습처럼만 보였다.
그리고 이내.
괴물의 아가리 속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흐읍……?!”
“끄, 으읍……!!”
그것은, 어떠한 전조도. 흔적도 없이 나타났다.
마치 현상과도 같이 갑작스레 존재했다.
푸르른 안광. 새하얀 가면. 그리고 검은색 코트.
도망가야 한다. 본능적인 직감. 그것을 마주한 헬멧단들은 저절로 숨을 참아내며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촥-!
아까 동료를 납치해간 새하얀 줄이 날아온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것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푸르른 섬광이 번뜩이며 다가온 그것의 얼굴이 헬멧단의 두 눈에 담긴 순간, 그들은 하나의 감상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실크?’
현재 게헨나에서, 아니 키보토스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존재의 이름.
그 이름을 뇌리에 새겨넣는 것을 끝으로,
그들의 기억이 끊겼다.
3.
며칠 뒤,
게헨나 선도부 수감실.
“하아, 이게 도대체 며칠 째인지.”
선도부의 선임행정관이자 참모인 ‘아마우 아코’는 고뇌에 찬 한숨을 흘렸다.
그리곤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돌이를 짚으며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 아, 아아. 푸른색…. 푸른색이었어……!”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살려주세요. 착하게 살게요…….”
“절대, 절대로 실크와 눈을 마주치지 마……!”
“제발 선도부에 가둬주세요! 실크와 만나고 싶지 않아요! 제발 선도부에 갇히게 해주세요! 제발!”
게헨나의 불량학생과 범죄자들이 하나같이 공포에 질린 상태로 수감되어 있는 모습.
며칠 전부터 이곳에 오면 꾸준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선도부가 붙잡지 않았던 이들, 너무 바빠서 신경쓰지 못했던 장소에서 잡혀온 이들, 그리고 차마 붙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들까지.
다른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본다면 선도부가 일을 참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들은 선도부가 붙잡아온게 아니었으니.
“실크. 그 인간, 정말로! 하아…….”
실크. 최근 키보토스에 혜성처럼 등장한 영웅.
그 소녀가 최근 들어 게헨나에 나타나더니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악을 처벌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 전에는 선도부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미식연구회를 붙잡더니, 이제는 게헨나 전역에서 불량학생들을 쓰러뜨리곤 선도부에 던져놓고 간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무슨 배달 보내는 것도 아니고!’
며칠 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고 수감실로 찾아가보면 자신들이 체포한 적 없는 불량학생들이 늘어있었다.
선물이라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한 일을 대신해서 처리해달라는 무언의 표시일지도.
처음에는 다른 의도가 있나, 하고 의심했지만 이제 아코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을 정도는 되었다.
‘그런 인물은 아닌거 같지만…….’
자신이 지켜봐온 실크는 세속적이거나 보상을 바라고 행동하는 이가 아니었다.
심지어 선도부장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 남을 칭찬하는 일이 적은 히나 부장님이 하신 말씀이니 틀릴 일은 없으리라.
다만,
“아, 정말!처리하는 저희 입장도 생각해달라고요!”
아마우 아코는 실크를 결코 좋아할 수 없었다.
실시간으로 일거리가 늘어나는 광경에 아코는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행정관의 비애가 게헨나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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